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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난 애를 낳지 말았어야 했나..

어렸을 적 우리부모는 당장 먹고 사는게 최우선이었던 가난한 서민이었다.

자식들이 모두 영유아일때는 문조차 잠기지 않는 집 대문으로 동네 할머니며,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품앗이 아니 품앗이 육아를 했고, 그 이후의 교육은 오로지 공교육에 모든걸 맡겼다.

사교육이라봤자 동네에 흔한 영수학원, 피아노 학원에 몇만원의 돈을 더 들여서 보냈을뿐이다.

당연히 왠만큼 큰일이 아니고서는 애를 보내놓고 학교에 따로 오신적이 없고, 교내 육성어머니회에 등록할 능력은 더더욱 안 되셨고, 남들 하란데로 촌지를 보낸다던지, 삯바느질로 학급 비품을 마련하던지 해서 자식들을 오로지 학교 교사만 믿고 맡겼다.

그렇게 컸기 때문에, 나도 사실 내 자식을 키우게 되면 학교는 때 되면 알아서 쉽게 공교육에 맡기면 되는 줄 알았다.

근데 이번 어린이집 사태를 보면서 더이상 내아이를 내부모처럼 키울 수 있다는건 내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솔직히 지금 나도 그때 내 부모보다 조금 더 살만 할 뿐이지, 당장 큰일 감당할 목돈도 없을 정도로 살기 힘들다.
어린이집도 대기 기다리고 넣을 정신도 없어서 그냥 친정 근처에 민간 어린이집에 보내고 복직하느라 바빴다.

지금 민간어린이집이 나쁜건 아니지만, 당장 내년부터 유치원을 생각하니 또다시 걱정이고, 그것도 부모가 붙어서 케어해 주지 않으면 또래 경쟁에서 뒤쳐져버리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소신대로 키우면 된다고도 생각했지만, 당장 내 자신에 대한 믿음도, 확신도 없는 내가 무슨 소신으로 내 자식을 이 험한세상에서 잘 키워낼 수 있을까?

내가 뭔가 크게 실수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아이한테 죄스러워진다.
자꾸만 버거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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